~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것으로서의 자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아무리 정교하고 옳아 보이는 주지나 신념일지라도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반대로 틀려 보이는 주장이라도 진리의 일면을 담고 있을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명저 《자유론(On Liberty)》에서 개개인에게 자유가 부여되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바로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 불완전성에서 찾는다. '죽은 교리'를 넘어 '산 진리'로
밀에 따르면, 어떠한 반론이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교조적으로 수용되는 지식은 생명력을 잃은 '죽은 교리'로 전락하기 쉽다. 지식과 신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산 진리(living truth)'로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토론과 비판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에 각 개인에게 주어진 '사상의 자유'와 이를 외부에 전달하고 논의하는 '표현의 자유'는 사회의 지적 발전과 진리 탐구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당대의 통념이나 사회적 상식에 어긋나는 의견일지라도 이를 억압하는 것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는 독선과 오만에 불과하다. 이견을 억제함으로써 얻는 안온함보다, 자유로운 논쟁을 허용함으로써 얻는 사회 전체의 이득이 훨씬 더 크다.
~자유의 한계와 책임 — 위해의 원칙~
그러나 밀이 주창한 자유가 무제한의 방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규제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 '위해의 원칙(harm principle)'을 제시한다.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정당화되며, 타인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할 때에 비로소 사회적·법적 제재가 개입할 수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개인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 사회는 이를 강제로 제지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 설령 그 행위가 당사자 본인에게 해롭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할지라도, 타인에게 물리적·실질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율성은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즉, 국가나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은 '타인에게 가해지는 해악을 방지하는 것'뿐이다.
~현대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정보의 과잉과 극단적인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오늘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건강한 공론장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강력한 지침을 제공한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극복과 '산 진리'의 회복
디지털 매체와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유사한 관점만 강화되는 '필터 버블'이 일상화되었다. 자기 신념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현대인에게, 이견을 포용하고 비판적 검증을 거치는 밀의 논의는 판단의 오류를 줄이고 진리를 상시 갱신하는 '산 진리'의 가치를 상쇄시키지 않도록 돕는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가짜 뉴스 간의 경계 설정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표현 및 허위 정보에 대한 규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밀의 '위해의 원칙'은 무조건적인 억제나 방임에 빠지지 않고, 타인의 실질적 권리 침해와 물리적·사회적 위해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으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조화시키는 틀을 제시한다.
개인의 자율권 존중과 온정적 개입주의(Paternalism)의 경계
공공 보건, 국가 안보,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국가와 사회의 개입 범위가 확대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생활 방식과 자율적 선택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통찰은 지나친 국가 통제를 경계하게 만든다.
지적 겸손과 상호 관용의 태도 확립
다원주의 사회에서 갈등을 완화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핵심 동력은 자기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이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관용의 자세야말로 합리적 대화와 사회적 진보를 가능케 하는 든든한 토대다.
~나의 단상~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으며, 내가 맞고 타인이 틀릴 수 있다는 오만이 얼마나 위험한지 깊이 되새기게 되며, 확증 편향과 자극적인 언어가 넘쳐나는 오늘날, 진정한 자유는 타인의 소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을 일정하게 열어두는 지적 겸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견(異見)을 배척이 아닌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경청의 자세를 다짐해 본다. 자유가 주는 권리만큼이나 타인에 대한 책임과 관용을 실천하는 삶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숙한 개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